스페이스X(SPCX)의 IPO가 마침내 성사됐다. 그것도 역대 최대 규모로 말이다. 1조 8천억 달러의 기업가치로 첫발을 뗀 이 로켓 회사의 주가는 상장 첫날에만 20% 가까이 폭등하며 단숨에 2조 달러를 돌파했다. 축포가 터지고 난 뒤, 이제 월가의 시선은 꽤 오랫동안 시장을 맴돌던 거대한 떡밥, 즉 테슬라(TSLA)와 스페이스X의 합병 가능성으로 쏠리고 있다. 과거에는 두 회사 중 하나만 상장되어 있어 정확한 셈법을 내기 어려웠지만, 이제 스페이스X에 명확한 ‘시장 가격’이 매겨지면서 막연한 추측이 구체적인 계산의 영역으로 들어온 셈이다.

합치면 몸집부터가 압도적이다. 현재 1조 5천억 달러 수준인 테슬라에 스페이스X를 더하면 단숨에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넘보는, 전 세계에서 네 손가락 안에 드는 초거대 기업이 탄생한다. 웨드부시(Wedbush)의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Dan Ives)는 향후 1년 내 두 회사가 합병할 확률을 무려 80%로 베팅할 정도다. 시장이 이 시나리오에 설득력을 느끼는 이유는 두 기업 간의 사업 교집합이 이미 떼려야 뗄 수 없는 수준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가 단순히 자동차나 파는 회사가 아니라 AI와 로보틱스 기업이라고 꾸준히 어필해 왔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그 핵심이다. 여기에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를 통한 위성 인터넷과 우주 발사 능력을 갖췄고, 지난 2월 머스크의 AI 스타트업 xAI를 흡수하며 AI 챗봇 ‘그록(Grok)’까지 품었다. 테슬라가 지난 1월 xAI에 투자한 20억 달러는 스페이스X가 xAI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공모가 기준 약 26억 달러 가치의 스페이스X 주식 1,900만 주로 전환됐다. 심지어 텍사스 오스틴에서는 테슬라 로봇과 스페이스X 위성에 들어갈 프로세서를 조달하기 위해 ‘테라팹(Terafab)’이라는 반도체 공장을 공동으로 짓고 있다. 아이브스의 시각대로라면, 이 합병은 머스크가 거대한 AI 생태계를 한 지붕 아래로 완벽히 통제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수순이다.

테슬라 주주들에게 이 합병은 기업의 정체성을 확실히 탈바꿈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전기차 회사에 투자했는데 AI 기업이 되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전기차, 로보틱스, 로켓, 위성 인터넷, 그리고 AI를 아우르는 거대한 제국의 지분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 테슬라가 처한 상황을 보면 이 합병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카드일지 모른다. 저렴한 전기차들이 쏟아지며 핵심 사업인 EV 마진은 갈수록 압박을 받고 있고, 올해 들어 주가는 9%가량 빠졌다. 그간 테슬라가 압도적인 밸류에이션을 누렸던 건 팍팍한 현재의 실적 너머에 있는 AI와 로보틱스의 꿈 덕분이었는데, 이제 우주와 AI를 아우르는 스페이스X라는 훨씬 매력적인 대체재가 주식 시장에 등장해버렸다. 투자자들의 자금을 두고 한 지붕 두 가족이 경쟁할 바에야, 하루빨리 회사를 합쳐 리소스를 하나로 모으는 것이 테슬라 입장에선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장벽들도 만만치 않다. 정작 스페이스X 내부에선 온도 차가 확연하다. 그윈 샷웰(Gwynne Shotwell) 스페이스X 사장은 IPO 당일 인터뷰에서 두 회사의 장기적인 목표가 같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당장은 여기 불 끄는 데(당면한 과제에) 집중하고 있다”며 합병 임박설에 선을 그었다. 예측 시장 역시 합병 가능성을 25~40% 수준으로 보며 댄 아이브스의 전망보다는 훨씬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결국 가장 첨예한 문제는 지배구조와 셈법이다. 머스크는 차등의결권을 통해 스페이스X의 지배력을 80% 이상 쥐고 있지만, 테슬라 지분은 20% 남짓에 불과하다. 이 묘한 격차는 꽤 중요한 변수다. 양쪽 테이블에 모두 머스크가 앉아있는 특수관계인 거래에서, 합병 조건이 그가 절대적인 통제권을 쥔 스페이스X 쪽에 유리하게 설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결합이 시장의 기대처럼 완벽한 시너지로 작용할지, 아니면 셈법이 복잡한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지는 여전히 열려 있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