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점유율 34% 돌파, 완성차 업계의 핵심 수익원으로 부상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급격히 변화하며 바야흐로 ‘하이브리드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28만 3,642대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5%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전체 신차 시장의 34%에 달하는 점유율로, 소비자에게 인도되는 차량 3대 중 1대가 하이브리드 모델인 셈이다. 이제 자동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라인업의 유무는 단순한 옵션 확장을 넘어 브랜드의 판매 실적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경쟁력이 되었다.

이에 따라 완성차 기업들은 앞다퉈 하이브리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치열한 시장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기술은 최근 ‘풀 하이브리드’, ‘마일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으로 세분화되어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공략 중이다. 특히 기아의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상반기에만 3만 6,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해당 모델 전체 판매량의 70% 이상을 책임지는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고, KG모빌리티의 액티언 하이브리드 역시 출시 직후 시장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기업 실적 견인에 나섰다.

기술 고도화와 글로벌 브랜드의 전략적 대응

유럽 완성차 브랜드들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기술적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우디와 푸조 등은 상대적으로 개발 비용 효율이 높은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기존 디젤 엔진의 단점인 소음과 진동을 개선하고 효율을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전동화 전환 과도기에서 내연기관의 수명을 연장하고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한 현실적인 타협안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표면적인 기술 진보와 시장의 호황 이면에는 자동차 산업이 해결해야 할 구조적인 리스크가 존재한다. 지난 30년간 엔진 효율 개선, 공기역학 설계, 변속기 기술 발전 등 막대한 R&D 투자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수송 부문의 탄소 배출량은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기업의 ESG 경영과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있어 중대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파워 리바운드 효과’와 규제 리스크의 확대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파워 리바운드 효과(Power Rebound Effect)’로 설명한다. 기술 발전으로 확보한 연비 효율성이 차량의 고출력화와 대형화 추세로 인해 상쇄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시장의 장기 데이터 분석 결과, 소비자들이 연료 효율이 개선된 만큼 더 크고 강력한 차량을 선호하게 되면서 실질적인 에너지 절감 효과가 사라지는 ‘제본스의 역설’이 자동차 시장에서도 확인되었다. 이는 특히 가솔린과 디젤 등 내연기관 차량에서 두드러지며, 전기차 시장 역시 배터리 용량 증대에 따른 차량 중량 증가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공인 연비와 실제 주행 데이터 간의 괴리가 기업의 규제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유럽 연비 측정 기준인 NEDC 방식 하에서 제조사가 발표한 수치와 실제 도로 주행 시의 배출량 차이는 2004년 10% 수준에서 2013년 50%까지 확대되었다. 이러한 데이터 불일치는 정책 당국의 규제 강화를 초래했고, 결국 더 엄격한 WLTP 기준 도입으로 이어졌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인증 수치와 실제 성능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향후 판매 허가 및 브랜드 신뢰도와 직결되는 경영 과제가 된 것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업의 과제

결국 ‘친환경차’라는 마케팅 타이틀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차량의 덩치를 키우고 출력을 높여 상품성을 강화하는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은 강화되는 환경 규제 앞에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 아반떼, 기아 니로, 도요타 프리우스 등 ‘풀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한 모델들이 실질적인 고효율을 달성하며 상위권을 점유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향후 자동차 기업들의 경쟁력은 단순히 다양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갖추는 것을 넘어, 소비자의 고사양 선호 심리와 강화되는 환경 규제 사이에서 얼마나 정교한 균형점을 찾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실질적인 배출량 저감 없는 양적 성장은 미래의 규제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인지하고, 진정한 의미의 효율성 혁신을 통한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