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시작된 가운데,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뚜렷한 방향성 없이 혼조세로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다가오는 금리 결정을 주시하며 관망세를 유지했으나, 대형 은행주인 JP모건체이스의 급락이 다우존스 지수의 발목을 잡았다. 반면 금리 인하 기대감에 중소형주는 강세를 보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시장 내 분위기는 업종별로 엇갈렸다.

짙어진 관망세와 엇갈린 지수

이날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 대비 0.09% 하락한 6,840.51을 기록하며 약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장 초반 하락세를 딛고 반등에 성공해 0.13% 오른 23,576.49로 마감했다. 반면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79.03포인트(0.38%) 떨어진 47,560.29를 기록하며 3대 지수 중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다우 지수의 하락을 주도한 것은 금융 대장주인 JP모건체이스(JPM)였다. JP모건은 이날 4% 넘게 급락했는데, 이는 은행 측 경영진이 신용카드 부문의 경쟁 심화와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등으로 인해 2026년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따른 것이다. 이러한 비용 부담 우려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며 전체 지수를 끌어내렸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매파적’ 우려의 공존

시장의 모든 이목은 수요일 예정된 연준의 정책 결정에 쏠려 있다. 월가는 연준이 지난 9월과 10월에 이어 이번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이번 주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약 87%에서 90%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한 달 전 67%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확연히 높아진 수치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시장은 단순한 금리 인하를 넘어, 연준이 내년인 2026년에 추가적인 완화 정책을 펼칠지에 대한 힌트를 찾고 있다. 하지만 12월 결정이 이른바 ‘매파적 인하(hawkish cut)’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내년도 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 eToro의 브렛 켄웰 미국 투자 분석가는 “금리 인하는 거의 확실시되지만, 시장의 반응을 결정짓는 것은 연준의 경제 전망과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이 될 것”이라며 “최근 주식과 암호화폐 시장의 조정을 겪은 투자자들은 연준이 연말 랠리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소형주의 약진과 노동시장 지표의 혼재

흥미로운 점은 금리 인하 기대감이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에 더 큰 호재로 작용했다는 사실이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 지수는 이날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마감했다. 통상적으로 작은 규모의 기업들은 대기업보다 시장 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차입 비용 감소에 따른 수혜를 더 크게 입기 때문이다. 이는 금리 인하 효과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반영한다.

한편,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는 엇갈린 신호를 보냈다.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 따르면 10월 구인 건수는 시장 예상과 달리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동시에 해고 건수 또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노동시장에 대한 우려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차기 연준 리더십과 기업 동향

정치적 불확실성 또한 시장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인터뷰에서 즉각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할 새로운 연준 의장을 물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유력한 차기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케빈 해셋 백악관 경제보좌관은 향후 6개월간의 계획을 미리 확정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LNW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론 알바하리는 “시장은 이미 0.25%포인트 인하와 매파적 메시지를 가격에 반영했을 수 있다”며 “이제 시장의 관심은 2026년 5월 임기가 만료되는 파월 의장의 뒤를 이을 차기 연준 리더십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금리 인하 확률이 100%에서 30%로 급락했다가 다시 90%대로 치솟는 등 변동성이 컸던 점을 지적하며, 연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개별 종목별로는 엔비디아(NVDA)가 소폭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H200 AI 칩 중 일부에 대해 대중국 수출 재개를 승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반면 CVS 헬스는 내년도 이익 전망치를 시장 예상보다 높게 제시하면서 5% 가까이 상승해 이날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했다.

이제 시장은 올해 마지막 FOMC 결과와 파월 의장의 입에 주목하며, 산타 랠리의 향방을 가늠할 중대 분수령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