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마침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며 통화정책의 방향을 틀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 압박 속에서도 침묵을 지켜왔던 연준이 17일, 아홉 달 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배경에는 미국 내 고용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게 나빠졌다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연준은 이번 FOMC 성명을 통해 “올해 상반기 경제 성장이 완만해졌고, 특히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하며 고용 시장의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공식화했습니다.

냉각되는 고용 시장과 가중되는 경제 불확실성

불과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연준 내부에서는 금리 인하에 신중한 기류가 강했습니다. 당시 2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웃돌았고 실업률도 낮은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한두 달 사이 분위기가 급변했습니다. 노동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 고용은 시장 예상치인 7만 5,000명에 한참 못 미치는 2만 2,000명 증가에 그쳤습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커지자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꺼리기 시작했고, 구직을 포기한 이들을 포함한 실업률은 8.1%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엄격해진 이민 정책 또한 노동력 공급을 갑작스럽게 둔화시키며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다만, 물가는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연준은 상품 가격 상승이 하반기에도 누적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연준의 독립성 논란과 이사회의 지각 변동

이번 금리 결정을 앞두고 연준은 그 어느 때보다 거센 정치적 풍랑에 휘말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에 소극적이었던 리사 쿡 이사를 해임하는 초강수를 뒀는데, 이는 연준 111년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조치입니다. 그 빈자리에는 대통령의 측근인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이 지명되었습니다.

미런 이사는 상원 인준을 가까스로 통과하자마자 이번 회의에 참석해 금리 인하에 힘을 실었습니다. 실제로 투표 과정에서 다른 이사들이 0.25%p 인하에 동의할 때, 그는 홀로 0.5%p라는 대폭 인하를 주장하며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회의 직후 열린 질의응답에서도 경제 전망보다는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을 만큼, 외부의 입김이 연준의 의사결정 구조에 깊숙이 침투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중동발 변수와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

미국의 금리 인하는 한국 금융시장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 금리 차가 1.75%p로 좁혀지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부담도 다소 덜게 되었습니다. 위축된 국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변수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2026년 3월 현재, 중동 지역의 전쟁 여파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물가 불안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군 파병 소식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시장 금리는 요동치고 있으며, 미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다시 6.5%대를 돌파하는 등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쟁이 멈춘다 해도 파괴된 인프라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여, 금리 인하 기조가 국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