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과 이자의 상관관계, 그리고 은행의 유동성 확보 전략

금융의 가장 기초적인 원리는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따른 이자의 발생입니다. 흔히 용돈을 책상 서랍에 단순히 보관하는 것과 은행에 예치하는 것의 차이를 통해 이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가령 동수와 지연이라는 두 사람이 똑같은 금액의 용돈을 모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동수는 현금을 그대로 보관했고, 지연이는 은행에 정기예금을 들었습니다. 1년 후 결과를 비교해 보면 지연이의 자산이 더 늘어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은행이 제공하는 ‘이자(利子)’ 덕분입니다. 이자는 돈을 빌려주거나 맡긴 대가로 지불되는 비용이며, 그 비율인 금리(金利)에 따라 수익이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연 2.5%의 금리로 100만 원을 1년 만기 정기예금에 가입한다면 약 2만 5천 원의 이자 수익을 얻게 되며, 금리가 3%로 오르면 수익은 3만 원으로 증가합니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이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기존 2%대에서 3%대로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습니다. 은행이 예금 금리를 올리는 주된 이유는 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함입니다. 최근 주식 투자 등을 목적으로 대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은행은 대출해 줄 자금(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은행이 고객에게 이자를 지급하면서까지 예금을 유치하려는 것은, 확보된 자금을 필요한 곳에 대출해 줌으로써 예금 이자보다 더 높은 대출 이자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큰 손’ 국민연금의 딜레마와 달러 채권 발행 검토

개인과 시중은행 사이에서 벌어지는 자금 확보 경쟁이 미시적인 관점이라면, 국가 차원의 거대 기금 운용에서도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한국의 국민연금공단(NPS)은 최근 해외 투자를 위한 달러 확보 방안의 일환으로 외화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기금의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외화 조달 방식의 다변화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으며, 현재 외화채권 발행의 타당성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해외 주식이나 채권 투자를 늘리기 위해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방식을 주로 이용해 왔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대규모 환전 수요가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이번 분기 들어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약 5% 하락했는데, 한국은행은 거주자의 해외 투자 확대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국민연금이 해외 시장에서 직접 달러 채권을 발행하게 된다면, 국내 시장을 거치지 않고 달러를 조달할 수 있어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국민연금이 역외 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입법 절차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환율 방어와 거시경제적 파장

국민연금의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외환시장의 변동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1월 19일 오후, 국민연금은 원화 약세를 방어하기 위한 환헤지 차원에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민연금은 내부 규정에 따라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를 경우 환헤지 비율을 조정하여 달러를 팔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월 27일 브리핑에서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가 원화 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는 점을 언급하며, 국민연금이 국가 전체의 최적 포트폴리오와 거시경제적 함의를 고려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제안한 바 있습니다. 외환시장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이 사안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국민연금의 자산 규모가 지난 6월 말 기준 882조 7천억 원(약 6,338억 6천만 달러)에 달하는 만큼 기금의 운용 방식 변화가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민연금은 오는 2026년까지 포트폴리오 내 해외 주식 비중을 현재보다 약 3%포인트 높은 38.9%까지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어서, 효율적인 외화 조달 전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