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2025 회계연도 2분기(5~7월) 실적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애프터마켓에서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매출과 주당순이익(EPS) 모두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주가 하락에는 세 가지 주요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지난 29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주가는 정규장에서 2.1% 하락한 125.61달러로 장을 마감했으며, 이어진 애프터마켓에서는 6.89% 추가 하락해 116.95달러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시가총액은 다시 3조 달러 이하로 떨어질 위기에 놓였다.
엔비디아는 2분기 동안 매출 300억4,000만 달러(약 40조 원), 주당순이익 0.68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의 기대치를 웃도는 성적이었다. 그럼에도 주가가 하락한 첫 번째 요인은 바로 과도하게 높았던 기대감이다. 황산해 LS증권 연구원은 “높은 기대 수준 자체가 향후 성장 둔화 우려와 맞물리며 주가 하락을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3분기 매출 전망치로 제시된 379억 달러는 비공식 기대치(위스퍼 넘버)를 상회했지만, 투자자들의 눈높이에는 부족하게 느껴졌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 이유는 수익성 둔화 조짐이다. 일반회계기준(GAAP) 기준으로 2분기 매출총이익률(GPM)은 75.1%로, 1분기(78.4%) 대비 2.3%포인트 하락했다. 또한 엔비디아는 3분기 GPM이 74.4%로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는 신제품 생산 확대에 따른 재고 비용 증가 등을 원인으로 들었으나, 시장에서는 수요 둔화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세 번째 우려는 차세대 GPU ‘블랙웰’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엔비디아는 오는 4분기부터 블랙웰의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기존 제품인 ‘호퍼’ 역시 판매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젠슨 황 CEO는 블랙웰이 호퍼 매출에 추가로 더해지는 것인지, 대체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졌고, 애프터마켓에서 주가는 한때 9% 이상 하락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하락을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주가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했던 만큼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달 5일 ‘블랙 먼데이’ 당시 저점이었던 90.69달러에서 약 38.5% 상승해 고점에 근접한 상태였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옵션 시장에서도 실적 발표 이후 주가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측됐으며, 이는 투자자들이 수익 실현에 나서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I 수요는 여전히 긍정적이며, 엔비디아가 승인한 5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감안하면, 이번 조정은 자연스러운 눈높이 재조정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 일명 ‘서학개미’들은 단기적인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지난 27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이며, 보관금액은 약 128억 8,649만 달러(약 17조 원)에 이른다. 특히 미국 반도체 30개 기업 주가를 3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SOXL의 주요 기초 자산 중 하나가 엔비디아이기 때문에, 해당 ETF 투자자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